감상/캠핑

캠핑로그: 평창 산너미목장

jjjunie 2020. 9. 29. 22:54

d2020년 8월 15~17일, 2박 3일. 강원도 평창 산너미흑염소목장.

 

광복절 맞이 大국뽕에 취한 캠핑.

마침 캠핑장에서 주최하셨다는 아페라(아리랑+오페라) 공연이 육십마지기 정상에서 열렸다. 첨엔 풍경 감상이나 하고 노래 몇 곡 들어보자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노래 들으면서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몇백년 됐을 법한 멋진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발 아래에 굴곡진 산 능선을 내려다보면서, 한 맺힌 아리랑 곡조를 시원하게 뽑아내시는데 안 울고 베겨? 넘 멋진 공연이었다.

 

스위스 알프스, 미국 로키 뭐 다 안 부러워 우리나라엔 태백산맥 있어 ㅠㅠ!

 

 

산너미목장 사장님은 이미 유명한 '차박 성지' 육백마지기 대신 목장 뒷산을 '육십마지기'로 이름붙여서 명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홍보하고 계셨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의 아류가 아니라, 고유의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정상이다. 원래 지역민들이 부르는 이름은 '양달'이라고 한다.

사장님은 어떻게 하면 목장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시는 듯했고, 그래서 캠핑장 사업도 시작하셨다고.

무료 수준의 차박 캠핑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가, 우리가 방문한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용료를 받고 계셨다. 돈 내는 만큼 화장실-샤워실 등의 편의시설을 쓸 수 있고, 목장에서 키운 재료들로 산채비빔밥이나 흑염소구이를 먹을 수 있다.

 

산너미목장은 육십마지기까지 포함해 넓디넓은 구역인데, 먼 옛날엔 십수 가구?가 모여 살았던 마을이란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지금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땅을 사들여 목장을 만드셨다나. 그렇게 가족이 일군 목장이라고 한다.

목장 곳곳의 조형적인 수많은 돌탑도 특징. 돌이 많은 산이라, 목장 가꾸면서 나온 돌들을 가족들이 직접 쌓은 것이라고 했다. 돌탑 수도 많고, 돌 모양도 특이하고, 자못 예술혼까지 느껴지는 탑들이라 확실히 한두해 만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했다. 남편은 어떻게 사람이 이걸 쌓냐며, 군대 동원해서 쌓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했을 정도.

 

이제 막 생후 3-4개월이었던 귀염 뽀짝한 마스코트 멍멍이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브이 닮은 녀석 이름이 몽이였던가)

뽀짝이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2박 3일을 보냈다. 처음 도착해서 사장님 안내를 받아 캠핑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강아지 두마리가 저 멀리서 높은 바위 벽을 깡총깡총 바쁘게도 뛰어내려오는 게 아닌가 ㅠㅠ 바로 발 옆으로 뛰어와 비비고, 올라타고 난리가 났다.

이후로도 사이트에서 가만히 멍 때리고 있으면 옆으로 와서 제 집 마당인 냥(마당 맞긴 하지..) 드러누워 자기도 하고. 풀밭 들어가서 꼬리 흔들며 이것저것 냄새도 맡고. 토끼 한 마리 지나가면 사냥 본능 뽐내며 냅다 쫓아가고. 근데 다리가 짧아서 토끼 근처에도 못감 ㅠㅠㅠ

너무너무 귀여웠고, 둘이 자유롭게 목장을 누비고 다니는 게 참 좋아보였다. 담에 가게 되면 강아지 간식으로 줄 수 있을 만한 것을 꼭 챙겨가야지. 너무 크기 전에 얼른 다시 가야지.

사장님은 녀석들이 밥도 안먹고 가끔은 잠도 다른 데서 자는 게 좀 걱정이라곤 하셨지만.. 그래도 건강해보였다.

 

어쨌든간에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캠핑장이고 사장님도 의욕적이시니 점점더 유명해질 것 같다.

불편했던 점은 개수대와 화장실이 사이트에서 좀 먼 것? 안쪽에도 개수대 정도는 추가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점심 요기를 할 겸 평창군 읍내의 올림픽시장에 들렀다. 생각보다 너무 아담한 사이즈라 "도대체 평창올림픽은 어디서 열렸던 거지?" 싶었던. 평창 맛집으로 검색해 나오는 것도 시골 치킨집뿐이었다.
시장 안의 품목도 비슷비슷. 일단 자리잡고 앉았다. 어머님들이 밖에 앉아서 전을 부치고 계신다.
간단하게 배추전이랑 전병 먹는데, 별 것 없이도 뜨끈짭쪼름한 게 참 맛있었던 기억.

 

 

 

비도 오고, 뜨끈한 칼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더운 날 웬 칼국수냐며 시원한 올챙이국수나 먹으라고.. 끓여주시기 귀찮았나봄ㅋ 여튼 이 올챙이국수란 것은 옥수수전분 면에 맹맹한 맛이었는데, 시장 돌아다니다 보니 멀리서 이거 포장해가려고 일부러 왔다는 사람들도 꽤 보았다.

 

 

 

 

 

뽀짝이 몽이와의 첫 만남! 어디서 비 맞고 돌아다니다가, 사람 소리 듣고 쫄래쫄래 달려왔다.
손만 내밀면 뭐 주는 줄 알고 미친듯이 달려드는 애기들
주인 아저씨가 떠났는데도 우리를 따라오길래 사진 한방 찍자 하고 앉았더니 타고 오르려 한다.

 

 

 

아이컨택

 

 

 

 

 

 

집 나오면 개고생.. 비 오니까 일단 타프부터 치자! 싶어 새로 사온 힐맨 실타프를 펼쳤는데. 타프는 첨 쳐보는 캠린이들이었던 데다가 폴대도 달랑 두 개뿐이라, 이래저래 해도 각이 안나와서 결국 치워버렸다. 폭우 속에 타프 한번 쳐보겠다 호기 부렸다가 한시간 넘게 홀딱 비맞았네.

 

 

 

 

결국 익숙한 제드2way 도킹 텐트 꺼내서 후딱 집 완성. 그 사이에 비 피하러 낼름 온 뽀짝이들.

 

 

 

 

비 맞으면서 목장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닌다. 둘이 꼭 붙어다니는 것도 넘 귀엽다.

 

 

 

 

 

 

텐트 다 쳤더니 야속하게도 잦아든 비. 어쨌든 평화.

 

 

 

마치 물놀이 실컷 한 듯한 느낌. 이런 날은 라면 먹어줘야지.

 

 

 

 

우리 사이트 정면 뷰, 안개 자욱한 육십마지기. 저 아래 잔디밭도 평소엔 사이트로 쓰는데, 하도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고여있었다. 다음날은 맑았는데, 저기에 자리 잡는 분들도 꽤 계셨다.

 

 

 

사이트 오른쪽은 묘지이긴 한데. 으슥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저 멀리 육백마지기가 보인다. 안개 구름 쏙에서 빼꼼히 보였던 풍차.

 

 

 

 

저, 저기 여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시는데.. (귀여워ㅠㅠ)

 

 

 

 

 

토끼도 휙 지나가는 자연 목장.

 

 

 



 

저녁으론 목장에서 캠핑패키지로 준비해주신 흑염소 고기를 구웠다. 

 

 

 

특유의 향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고소한 게 치즈나 버터향 같기도 했다. 굳이 찾아서 먹을 것 같진 않다. 냄새에 민감한 남편은 별로 못먹었다.

 

 

 

저번 태안에 갔을 때 시아버님이 주신 오래된 코펠과 스토브. 못해도 20년은 됐을 텐데 요긴하다.

 

 

 

 

마감은 꼭 막판에 닥쳐야 제맛... 캠핑까지 와서 담날까지 내야하는 원고 붙잡고 있는 중.

 

 

 

 

 

 

 

 

평소 하도 늦잠을 자서 그런지, 밖에 나오면 일찍 눈이 떠지는 편. 파란 하늘이 보여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람 없는 길을 문득 나서보았는데, 저 멀리 뽀짝뽀짝 소리가 들리는 듯..
요렇게 냉큼 달려와서 또 앵기는 녀석들.
그러더니 둘이 갑자기 붙었다.
동물의 왕국인 줄! 계속 형이 이기는데 뽀짝이도 계속 덤빈다.
으컁컁

 

 

 

얘네 찍으면서 오랜만에 꺼낸 카메라 초점도 이래저래 맞춰보고.

 

 

 

 

 

 

 

 

 

쌈 구경 하다가 사이트 돌아와봤더니 이렇게 해가 뜨고 있다.

 

 

 

 

앞으로도 뒤로도 산으로 둘러싸인 사이트. 잔디밭이나 파쇄석도 좋을 듯한데, 여기가 독립적이어서 맘에 쏙 들었다.

 

 

 

 

 

다 싸웠니? 우리집 지키는 개인 줄 요렇게 와 있는 게 듬직하고 귀여워 죽겠는데.

 

 

 

 

 

다른 사람 소리 들리니 바로 반응하는 갈대 같은 뽀짝이.
자..잘가... 아침 산책하던 분들께 바로 가버렸다. ㅎ

 

 

 

 

호기심 많은 뽀짝이 형도 왔다 가시고.

 

 

 

 

 

화장실/샤워실 앞에서 쉬고 있던 토끼들

 

 

 

 

 

해가 뜨니 좀 덥다. 이날은 남편친구가 와서 하룻밤 자기로 해서, 옆에다 타프를 다시 쳤다. 짧은 폴대 두 개만으론 타프를 칠 수 없는 거였어..

 

 

 

 

 

 

어제랑 달리 아주 맑은 날, 동화 속 초원을 보는 것 같은 육십마지기 풍경.
가만히 앉아있으면 초원 위에 점점이 검은 것들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데, 풀 뜯는 흑염소다. 응 어제 먹은 흑염소.

 

 

 

 

 

 

 

남편친구도 합류. 잠시 쉬다가 육십마지기에서 열린다는 아페라 공연을 볼 겸 산책 해볼 겸 산을 올라가본다. 생각보단 숨찼음.

 

 

 

조금 올라가니 캠핑장이 이렇게나 작게 보인다.

 

 

 

뽀짝이 형 요녀석도 산을 잘 탄다.

 

 

 

 

 

상쾌한 피톤치드

 

 

 

 

 

한 30분 올랐을까? 이렇게 정상이 펼쳐진다.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소나무와 아페라 공연

 

 

 

 

 

 

 

 

 

 

 

아름다운 강원도 산세. 아득하게 보이는 산 그림자가 참 좋다. 웅장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느낌. 그 사이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풍경은 아늑하기까지 하다.

 

 

 

 

 

 

 

 

 

 

 

 

 

 

 

 

 

 

 

 

 

해가 질 때쯤 끝난 공연. 감동받은 벅찬 마음 안고 하산.

 

 

 

 

 

 

저녁은 오빠 친구가 챙겨오신 불판에 돼지고기! 넘 맛있었다. 고기 먹고 술 홀짝이며 문득 하늘을 보니까 알알이 별이 정말 많았다. 희미하게 은하수도 보이는 것 같았다. 왜 사람들이 별 보러 높이 육백마지기까지 올라가는지도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힐맨 실타프, 가볍고 편하긴 한데 얇은 만큼 결로가 심하다. 이슬 맺혀서 타프가 쳐지는 지경이니ㅎㅎ
그래도 그걸로 이쁘게 하트를 그려둔 남편 친구.

 

 

 

 

 

 

 

떠나는 날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해가 쨍하네.

 

 

 

떠나기 전 뒤돌아본 산너미목장 초입.

 

 

 

무시무시한 돌탑;; 이걸 사람이 하나하나 쌓았다니.
나무 기둥을 둘러싼 돌탑도 신기해서 찍어둠.
아기 염소들. 안녕,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