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20년 8월 15~17일, 2박 3일. 강원도 평창 산너미흑염소목장.
광복절 맞이 大국뽕에 취한 캠핑.
마침 캠핑장에서 주최하셨다는 아페라(아리랑+오페라) 공연이 육십마지기 정상에서 열렸다. 첨엔 풍경 감상이나 하고 노래 몇 곡 들어보자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노래 들으면서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몇백년 됐을 법한 멋진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발 아래에 굴곡진 산 능선을 내려다보면서, 한 맺힌 아리랑 곡조를 시원하게 뽑아내시는데 안 울고 베겨? 넘 멋진 공연이었다.
스위스 알프스, 미국 로키 뭐 다 안 부러워 우리나라엔 태백산맥 있어 ㅠㅠ!
산너미목장 사장님은 이미 유명한 '차박 성지' 육백마지기 대신 목장 뒷산을 '육십마지기'로 이름붙여서 명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홍보하고 계셨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의 아류가 아니라, 고유의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정상이다. 원래 지역민들이 부르는 이름은 '양달'이라고 한다.
사장님은 어떻게 하면 목장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시는 듯했고, 그래서 캠핑장 사업도 시작하셨다고.
무료 수준의 차박 캠핑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가, 우리가 방문한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용료를 받고 계셨다. 돈 내는 만큼 화장실-샤워실 등의 편의시설을 쓸 수 있고, 목장에서 키운 재료들로 산채비빔밥이나 흑염소구이를 먹을 수 있다.
산너미목장은 육십마지기까지 포함해 넓디넓은 구역인데, 먼 옛날엔 십수 가구?가 모여 살았던 마을이란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지금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땅을 사들여 목장을 만드셨다나. 그렇게 가족이 일군 목장이라고 한다.
목장 곳곳의 조형적인 수많은 돌탑도 특징. 돌이 많은 산이라, 목장 가꾸면서 나온 돌들을 가족들이 직접 쌓은 것이라고 했다. 돌탑 수도 많고, 돌 모양도 특이하고, 자못 예술혼까지 느껴지는 탑들이라 확실히 한두해 만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했다. 남편은 어떻게 사람이 이걸 쌓냐며, 군대 동원해서 쌓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했을 정도.
이제 막 생후 3-4개월이었던 귀염 뽀짝한 마스코트 멍멍이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브이 닮은 녀석 이름이 몽이였던가)
뽀짝이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2박 3일을 보냈다. 처음 도착해서 사장님 안내를 받아 캠핑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강아지 두마리가 저 멀리서 높은 바위 벽을 깡총깡총 바쁘게도 뛰어내려오는 게 아닌가 ㅠㅠ 바로 발 옆으로 뛰어와 비비고, 올라타고 난리가 났다.
이후로도 사이트에서 가만히 멍 때리고 있으면 옆으로 와서 제 집 마당인 냥(마당 맞긴 하지..) 드러누워 자기도 하고. 풀밭 들어가서 꼬리 흔들며 이것저것 냄새도 맡고. 토끼 한 마리 지나가면 사냥 본능 뽐내며 냅다 쫓아가고. 근데 다리가 짧아서 토끼 근처에도 못감 ㅠㅠㅠ
너무너무 귀여웠고, 둘이 자유롭게 목장을 누비고 다니는 게 참 좋아보였다. 담에 가게 되면 강아지 간식으로 줄 수 있을 만한 것을 꼭 챙겨가야지. 너무 크기 전에 얼른 다시 가야지.
사장님은 녀석들이 밥도 안먹고 가끔은 잠도 다른 데서 자는 게 좀 걱정이라곤 하셨지만.. 그래도 건강해보였다.
어쨌든간에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캠핑장이고 사장님도 의욕적이시니 점점더 유명해질 것 같다.
불편했던 점은 개수대와 화장실이 사이트에서 좀 먼 것? 안쪽에도 개수대 정도는 추가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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